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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mage by 자클루-DL from pixabay

 

퇴근하고 우연히 채널을 돌리다가 마주친 드라마였는데, 첫 화부터 예상외로 몰입해서 정주행하게 된 작품이 바로 '밤에 피는 꽃'이었습니다. 코믹 사극이라길래 가볍게 웃고 넘기려 했는데, 회차가 진행될수록 생각보다 탄탄한 서사와 캐릭터들에 완전히 빠져들었던 기억이 나서, 오늘은 이 작품을 소개해보려고 합니다.

밤에 피는 꽃

'밤에 피는 꽃'은 2024년 1월 12일부터 2월 17일까지 MBC에서 방송된 금토 드라마로, 총 12부작으로 완결되었습니다. 첫 방송 시청률 7.9%로 MBC 금토 드라마 역대 첫 방송 시청률 1위를 기록하며 화려하게 출발했고, 회차를 거듭할수록 꾸준히 상승해 최종회에서는 무려 18.4%라는 경이로운 시청률을 기록했습니다. 이는 기존 1위였던 '옷소매 붉은 끝동'의 17.4%를 뛰어넘는 기록으로, 17부작이었던 그 작품보다 훨씬 짧은 12부작으로 이뤄냈다는 점에서 더욱 놀라움을 안겼습니다.

극본은 이샘, 정명인 작가가 함께 맡았고, 연출은 '별에서 온 그대', '뿌리깊은 나무'로 유명한 장태유 감독이 최정인, 이창우 감독과 공동으로 담당했습니다. 이 작품은 드라마와 웹툰이 동시에 기획된 독특한 프로젝트로, 드라마 방영에 앞서 원작 웹툰이 먼저 카카오페이지를 통해 공개되기도 했습니다. 주연은 낮에는 조신한 수절과부, 밤에는 담을 넘는 의인 조여화 역의 이하늬, 사대문 안 모두가 탐내는 완벽남 종사관 박수호 역의 이종원이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김상중, 이기우, 김미경, 서이숙 등이 출연하며 극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제작의도는 조선시대라는 시대적 배경 속에서, 그동안 수동적인 피해자로만 그려지던 '과부'라는 존재를 강인하고 주체적인 히어로로 재탄생시키는 데 있었습니다. 일부종사라는 시대적 굴레 속에서도 자신만의 방식으로 세상과 맞서 싸우는 여성 캐릭터를 통해, 코믹하고 유쾌한 액션 사극 안에 당당한 여성 서사와 사회 비판적인 메시지를 함께 녹여내고자 했습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좌의정 댁 며느리이자, 시집온 날 남편을 잃고 15년째 수절 중인 조여화의 이중생활에서 시작됩니다. 낮에는 엄격한 시어머니의 감시 아래 조신하고 얌전한 양반가 며느리로 살아가지만, 밤이 되면 복면을 쓰고 담을 넘어 힘없는 백성들을 몰래 돕는 의인으로 활약합니다. 이미 도성 안에서는 정체를 알 수 없는 '전설의 미담'으로 소문이 자자할 만큼, 여화는 완벽하게 두 개의 얼굴을 오가며 살아가고 있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도성의 치안을 어지럽히는 사건을 은밀히 수사하던 금위영 종사관 박수호가 우연히 복면을 쓴 여화와 마주치며 그의 엄청난 비밀을 알게 됩니다. 출세에도 여인에게도 별다른 관심 없이 오직 원칙과 정도만 지키며 살아온 수호였지만, 여화로 인해 그의 반듯한 삶에 예상치 못한 균열이 생기기 시작합니다. 두 사람은 처음엔 서로를 경계하고 부딪히지만, 함께 사건을 겪어나가며 점차 서로의 비밀과 진심을 알아가고, 조금씩 특별한 감정을 쌓아갑니다.

극이 진행되면서 두 사람은 함께 힘없는 백성들을 돕는 사건들을 헤쳐나가는 한편, 수호의 아버지가 불명예스럽게 죽은 사건의 진실과 여화의 시아버지인 좌의정 석지성이 오랫동안 감춰온 거대한 비밀이 서서히 얽히며 드러납니다. 알고 보니 석지성은 선왕을 시해하는 데 관여한 인물로, 그 죄를 감추기 위해 오랫동안 권력과 위선의 가면을 쓰고 살아온 것으로 밝혀집니다. 여화는 자신이 며느리로 살아온 집안의 뿌리 깊은 비밀 앞에서 혼란스러워하면서도, 결국 진실을 밝히는 쪽을 선택하며 한층 더 단단한 의인으로 성장해 나갑니다.

코믹하고 유쾌한 에피소드들 사이사이로, 권력을 지키기 위해 위선을 일삼는 사대부들의 민낯과 그에 맞서는 여화와 수호의 활약이 촘촘하게 그려집니다. 이 과정에서 두 사람의 주변 인물들, 이를테면 여화를 오랫동안 지켜봐 온 시녀와 수호를 따르는 동료들 역시 각자의 자리에서 크고 작은 도움을 주고받으며 이야기에 온기를 더합니다. 결국 석지성은 자신이 저지른 죗값을 치르며 신분마저 박탈당하는 최후를 맞이하고, 여화와 수호는 각자의 상처와 신분의 굴레를 딛고 온전히 자신만의 삶과 사랑을 찾아가는 해피엔딩으로 극은 마무리됩니다.

 

관전포인트

'밤에 피는 꽃'은 처음 볼 땐 그저 유쾌한 코믹 사극일 줄 알았는데, 보면 볼수록 여화가 담을 넘을 때마다 나도 모르게 손에 땀을 쥐게 되는 드라마였습니다. 특히 여화가 밤일을 하다가 하필 딱 마주치면 안 되는 사람과 마주칠 뻔한 장면에서는, "제발 들키지 마, 제발!" 하고 혼자 마음속으로 외치며 가슴을 졸였던 기억이 생생합니다. 그렇게 조마조마한 마음으로 보다가도 결국 여화가 특유의 재치로 위기를 넘기는 순간에는 안도의 웃음이 절로 나왔습니다.

가장 큰 관전포인트는 배우 이하늬가 보여주는 낮과 밤, 두 얼굴의 완벽한 온도차입니다. 낮에는 다소곳하게 눈을 내리깔던 사람이 밤만 되면 눈빛부터 달라지며 시원하게 담을 넘는 장면이 나올 때마다, 저는 그 반전 매력에 완전히 빠져들었습니다. 여기에 이종원이 연기한 원칙주의자 수호가 여화로 인해 조금씩 무너지는 과정도 유쾌한 웃음을 자아내며 극의 재미를 배가시켰습니다. 실제로 이 작품은 시청률 면에서도 역대 MBC 금토 드라마 1위를 차지하며, 재미와 흥행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았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다만 시대를 초월한 주체적인 여성 캐릭터를 그리다 보니, 세밀한 역사 고증보다는 극적 재미에 더 무게를 둔 작품이라는 점은 참고하시면 좋습니다. 저처럼 매회 조마조마하면서도 즐겁게 몰입할 수 있는 통쾌한 액션과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하고 보신다면, 처음부터 끝까지 후회 없이 즐기실 수 있는 작품이라고 자신 있게 추천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