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옷소매 붉은 끝동
'옷소매 붉은 끝동'은 2021년 11월 12일부터 2022년 1월 1일까지 MBC에서 방송된 금토 드라마입니다. 애초 16부작으로 기획되었지만 작품의 완성도를 높이기 위해 17부작으로 변경, 최종적으로 총 17부작으로 완결되었습니다. 1회 전국 시청률 5.7%로 잔잔하게 출발했지만 방송 4주 만에 두 자릿수 시청률을 돌파했고, 최종회에서는 17.4%, 순간 최고 시청률 19.4%를 기록하며 MBC에서 그해 가장 흥행한 작품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극본은 '계백', '군주' 등 사극을 주로 집필해온 정해리 작가가 맡았고, 연출은 정지인 감독과 송연화 감독이 공동으로 담당했습니다. 원작은 강미강 작가가 17살 때부터 8년에 걸쳐 조사하고 집필했다는 동명의 소설입니다. 주연은 조선 22대 왕 정조, 극 중 왕세손 이산 역의 이준호, 정조의 후궁이 되는 궁녀 성덕임 역의 이세영이 맡았습니다. 이 외에도 영조 역의 이덕화, 혜빈 홍씨 역의 강말금, 제조상궁 조씨 역의 박지영 등이 극에 무게를 더했습니다.
제작의도는 그동안 사극에서 잘 다뤄지지 않았던 '궁녀'라는 존재에 주목해, 자신이 선택한 삶을 지키고자 했던 한 여성과 사랑보다 나라를 우선해야 했던 제왕의 이야기를 절제되고 담백한 화면으로 그려내는 데 있었습니다. 화려한 퓨전 사극보다는 고전적인 아름다움과 섬세한 감정선에 집중하며, 조선 시대 궁중 로맨스라는 익숙한 소재를 새로운 시선으로 풀어내고자 했습니다.
줄거리
이야기는 사도세자의 아들이자 영조의 손자인 왕세손 이산과, 동궁전의 궁녀 성덕임의 만남으로 시작됩니다. 아버지 사도세자를 여읜 비극을 안고 궐 안에서 늘 외롭고 위태로운 자리를 지켜야 했던 이산에게, 자신의 뜻과 소신을 굽히지 않는 당찬 성격의 덕임은 점점 특별한 존재로 다가옵니다. 두 사람은 신분의 차이와 궁궐이라는 제약 속에서도 서서히 서로에게 스며들며 애틋한 감정을 키워갑니다.
그러나 덕임은 궁녀로서의 삶을 스스로 지키고자 하는 인물로, 이산이 세손빈이 아닌 후궁의 자리를 제안했을 때도 쉽게 마음을 열지 않습니다. 자신의 삶을 자신의 방식대로 선택하고 싶었던 덕임과, 사랑보다 나라와 왕위를 먼저 지켜내야 했던 이산 사이에는 오랜 시간에 걸친 갈등과 엇갈림이 반복됩니다. 그 사이 영조와 제조상궁 조씨의 계략으로 인해 이산은 폐위와 선위의 갈림길에 놓이는 등 정치적 위기까지 겪게 되고, 두 사람의 인연은 이러한 궁중의 암투 속에서 더욱 단단하게 시험받습니다.
시간이 흘러 마침내 정조로 즉위한 이산은 덕임을 의빈으로 맞이하며 오랜 사랑을 결실로 맺습니다. 그러나 행복도 잠시, 덕임은 자식과 벗을 연달아 잃는 아픔을 겪고, 결국 자신마저 병으로 생을 마감하게 됩니다. 드라마는 두 사람의 사랑이 시작되던 순간부터 이별에 이르기까지의 전 생애를 섬세하게 따라가며, 꿈과 죽음의 경계에 선 마지막 장면으로 원작의 결말을 고스란히 담아내며 마무리됩니다.
관전포인트
'옷소매 붉은 끝동'을 보다 보면 마치 신분과 상황의 차이 앞에서도 자신만의 소신을 지키려 애쓰는 누군가의 모습을 실제로 지켜보는 듯한 순간들이 있습니다. 사랑하는 사람 앞에서도 자신의 삶을 스스로 결정하고자 했던 덕임의 태도, 그리고 그런 그를 존중하면서도 놓지 못했던 이산의 애틋한 마음이 화면 속에 절절하게 담겨 있어 깊은 여운을 남깁니다. 저는 이 드라마를 보면서 덕임이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후궁 자리를 거절하는 장면에서 오히려 큰 울림을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특히 11회에서 이산이 영조 앞에서 어머니를 지키기 위해 스스로 벌을 청하는 장면은, 사랑하는 사람을 지킨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다시금 생각하게 만들었습니다.
가장 큰 관전포인트는 배우 이준호와 이세영이 그려내는 섬세한 감정 연기입니다. 화려한 색감의 한복 대신 절제된 색채와 조명을 활용한 연출이 사극 특유의 고전적인 미를 효과적으로 살려냈다는 평가를 받았습니다. 여기에 주연뿐 아니라 조연들의 감정선까지 촘촘하게 그려낸 각본 역시 큰 호평을 이끌어냈습니다. 실제로 방송통신심의위원회가 주관하는 이달의 좋은 프로그램상을 수상했고, 방영 내내 화제성 지표에서도 1위 자리를 지키며 명실상부한 흥행작으로 자리매김했습니다.
다만 주인공 두 사람이 완전히 맺어지기까지 극 후반부인 16회까지 이야기가 이어지다 보니, 다소 관계 진전이 더디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그럼에도 그 과정을 채우는 감정선이 워낙 섬세하고 몰입도 높게 그려진 만큼, 애틋하고 절절한 궁중 로맨스를 좋아하시는 분들이라면 끝까지 후회 없이 즐기실 수 있는 작품입니다.

